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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유품관리

디지털유품관리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이 사후에 고정되는 문제

사망 이후에도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은 멈추지 않고 고정된다. 이 글은 디지털유품관리 관점에서 사후 정체성 고정이 발생하는 구조와 그로 인해 왜곡되는 기억과 윤리 문제를 분석한다.

디지털유품관리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이 사후에 고정되는 문제

 

사람의 정체성은 고정된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유품관리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이 사후에 고정되는 문제 시간에 따라 바뀌고, 관계에 따라 달라지며, 환경에 따라 다른 얼굴을 가진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는 플랫폼마다 다른 말투를 쓰고, 시기마다 다른 관심사를 드러내며,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디지털유품관리 관점에서 중요한 전제는 온라인 정체성 역시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사망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 이 유동성은 갑자기 멈춘다. 더 이상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생각의 변화도 기록되지 않으며, 과거의 모습만이 화면 위에 남는다. 이때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은 ‘마지막으로 기록된 상태’에 고정된다. 문제는 이 고정이 고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라는 점이다. 고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된 형태로 남기려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계속 수정되고 변화되던 과정 중 한 지점에서 기록이 멈췄을 뿐이다. 디지털유품관리 관점에서 이 멈춤은 정체성의 완결이 아니라 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과 주변 사람들은 이 중단된 모습을 고인의 ‘최종 정체성’처럼 받아들인다. 이 순간부터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은 살아 있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고정된 이미지로 소비되기 시작한다.

플랫폼 구조가 정체성의 고정을 가속한다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이 사후에 고정되는 데에는 플랫폼 구조가 크게 작용한다. 디지털유품관리 관점에서 플랫폼은 사용자의 변화를 기록하기보다, 과거의 데이터를 유지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계정은 삭제되지 않는 한 그대로 남고, 프로필 사진과 자기소개, 과거 게시물은 마지막 상태로 유지된다. 추모 계정 전환이나 비활성화 같은 기능이 있더라도, 정체성의 내용 자체는 수정되지 않는다. 이때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은 하나의 ‘정지 화면’처럼 굳어진다. 알고리즘은 이 정지된 정체성을 계속 호출한다. 과거 게시물은 추억 기능을 통해 반복 노출되고, 댓글과 태그를 통해 현재의 대화 속에 다시 등장한다. 디지털유품관리에서는 이를 ‘정체성 반복 호출 구조’라고 본다. 살아 있을 때는 변화로 인해 이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갱신되지만, 사망 이후에는 갱신이 불가능해지면서 과거의 특정 모습만이 계속 재생된다. 이 구조는 고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기억하게 만들기보다, 하나의 캐릭터처럼 소비하게 만든다. 플랫폼은 고인의 정체성을 보호하기보다, 고정된 형태로 유지함으로써 시스템의 연속성을 확보한다.

고정된 온라인 정체성은 기억을 단순화한다

디지털유품관리 관점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정체성 고정이 기억을 단순화한다는 점이다.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이 특정 시점의 모습으로 고정되면, 그 이전과 이후의 변화 가능성은 지워진다. 사람들은 고인을 “이런 사람이었다”라고 말하기 시작하고, 그 말은 점점 하나의 정의처럼 굳어진다. 그러나 이 정의는 고인의 전체 삶을 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기록, 일부 발언, 일부 태도가 전체를 대표하게 만든다. 디지털유품관리에서는 이를 ‘정체성 축약 오류’라고 부른다. 특히 온라인 정체성은 오프라인 삶보다 더 극단적인 면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정된 이미지가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크다. 고인의 유머, 분노, 취향, 정치적 발언은 특정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사후에는 맥락 없이 남는다. 이 상태에서 정체성이 고정되면, 고인의 삶은 단순한 캐릭터 설명처럼 소비된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은 사라지고, 기억하기 쉬운 이미지 하나만 남는다.

디지털유품관리에서 정체성 고정은 윤리 문제로 확장된다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이 사후에 고정되는 문제는 단순한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로 확장된다. 디지털유품관리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고인은 자신의 정체성이 마지막 기록 상태로 영구 고정되기를 원했을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살아 있는 동안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수정하고, 과거의 발언을 부정하거나, 더 이상 자신을 대표하지 않는 정체성을 뒤로 미룬다. 그러나 사망 이후에는 이 수정 권한이 사라진다. 고인의 정체성은 더 이상 스스로 조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과 사회는 그 정체성을 고정된 사실처럼 다룬다. 디지털유품관리에서는 이를 ‘사후 정체성 자기결정권 상실’이라고 정의한다. 고인의 삶이 멈췄다는 이유만으로, 정체성까지 멈춰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플랫폼 구조는 이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은 보호되지 않은 채 남겨지고, 해석과 소비의 대상이 된다.

디지털유품관리는 정체성을 고정하지 않는 관리 방식을 요구한다

디지털유품관리의 역할은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을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로 보존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 디지털유품관리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정체성의 유동성을 인정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사망 이후 계정에는 “이 정체성은 특정 시점의 기록이며, 삶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맥락 표시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이 고인의 과거 모습을 반복 호출하지 않도록 노출 빈도를 조절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유품관리에서는 이를 ‘정체성 비고정 원칙’이라고 부를 수 있다. 고인의 온라인 정체성은 하나의 이미지로 박제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변화하던 과정의 일부로 남아야 한다. 정체성을 고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인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답게 남기는 방식이다. 디지털유품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고인의 삶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남겨두는 용기다. 온라인 정체성이 사후에 고정될 때, 고인은 데이터가 된다. 정체성이 열려 있을 때, 고인은 여전히 사람으로 기억된다.